일상; 있는 모습 그대로의 삶은 항상 옳은 것일까?

 정말 오랜만의 포스팅이네요. 한 7~8년 된 것 같습니다. 어릴 때 나만의 블로그를 가지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해서 만들긴 했었는데, 막상 힘들게 이것저것 만지면서 개설하고 나니 폭풍 귀차니즘(뭔가 아재스러운데)이 발동해서 소식이 많이 뜸했네요. 최근 들어 심정이 복잡해지고 해서 뭔가를 하면서 주의를 분산시키고 싶어서 이렇게 포스팅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사색해 볼 주제는 나 자신 본연의 모습입니다. 우리는 우리 본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정말 공감이 되고 좋은 말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저마다 다른 생각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에서, 과연 이 표현이 언제나 적용될 수 있을까요? 어디까지 우리는 우리의 모습을 허용할 수 있을까요?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잃으면 나쁜 걸까요?

 

 예시를 몇 가지 들어보겠습니다. 길바닥에 쓰레기를 버리는 행동은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합니다. 길에 침을 뱉어도, 담배꽁초와 쓰레기를 버려도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굳이 평소에 그런 행동을 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쓰레기를 버림으로써 어떤 누군가는 힘들게 허리 굽혀가면서 주워야 하고, 같이 살아가야 하는 곳인데 미관상에도 좋지 않잖아요? 냄새도 나고,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릴 게 분명합니다. 그리고 저는 부모님한테 그리고 학교에서 그렇게 배우면서 자라오기도 했고요. 저희 동네 사람들은 대부분 저와 같은 생각이어서 나름 동네가 깨끗한 편입니다. 

  

 그러나 어떤 동네를 지나가다 보면 길을 가다가 저희 동네와는 다르게 흔히 쓰레기들이 널부러져 있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합니다. 악취가 진동하고 눈살이 찌푸려지지만 그 동네에 사람들은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면 그 동네 사람들이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는 걸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들도 어떻게 보면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들이 그러한 행동들을 서슴없이 하는 모습을 보고 그렇게 살아온 것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니까 그러한 행동들이 자연스러운 겁니다. 두 동네 모두 삶의 모습은 다르지만 정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되면 어떠할까요? 만약에 쓰레기를 아무곳이나 버리는 게 자연스러운 동네 B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쓰레기를 길바닥에 버리지 않는 A동네로 이사를 가서 생활을 하게 됐다고 가정해봅시다. A동네 회사에 취직을 하거나, A주민 누군가와 동거를 하게 된 거죠. 만약 B동네에서 했던 쓰레기 버리는 습관들을 A동네에서 적용을 하게 되면 분명 A동네 사람들의 반응은 그렇게 좋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주변 A동네 사람들이 이 동네의 규칙 또는 방식을 알려주겠죠. 그렇지만 그러한 생활 방식을 알려줬음에도 불구하고 B동네에서 했던 행동을 계속 하게 된다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요? A동네 주변 사람들은 B동네에서 온 사람을 공중도덕이 없는 사람이라고 인식하게 됩니다. 그리고 A주민들과 융화되지 못하겠죠. 만약에 B동네 사람이 이러한 낌새를 눈치채고 A동네 사람들과 잘 지내보고 싶다고 하면 A동네의 생활 방식을 채택해야만 합니다. 그러나 나는 B의 삶의 방식을 끝까지 고수하겠다고 못 박아버린다면 B주민은 A동네에서 평생 살 수는 없을 겁니다. 

 

 이렇게 사회에서 살아가게 되면 우리는 삶의 방식을 자신의 상황에 맞게 약간씩 변형할 필요성이 생기게 됩니다. 선택은 본인 몫인 것이죠. 정답은 없지만 우리는 선택의 갈림길에 놓이게 됩니다.

 

 예시를 더 들어보겠습니다. 싸움 실력을 뽐내고, 욕하고 담배를 피면 가장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어디라고 생각을 하시나요? 저는 개인적으로 학교라고 생각을 합니다. 요즘에는 교육 수준이 좋아지면서 그러한 곳이 많이 줄어들었지만 라때는 그런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보통 그들을 일진이라고 하죠. 그 학생들은 아마 어마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싸움을 잘하니까 다른 친구들이 무서워서 알아서 굽히면서 접근하겠죠. 학교가 자신만의 왕국이 될 겁니다. 그걸 보는 다른 아이들도 그 일진들을 모방하려는 경향도 있고요. 애매한 아이들 있잖아요? 싸움을 막 잘하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공부만 하지는 않는 애매한 애들 간혹가다가 봤던 기억이 있네요. 

 그런 일진 학생들이 고등학교 졸업을 하고 사회에서 일을 한다고 생각해보면, 그들이 고등학교에서 얼마나 싸움을 잘했는지는 더이상 중요하지 않게 됩니다. 오히려 폭력적인 행동을 하게 되면 질이 안 좋은 사람으로 낙인 찍혀서 해고되거나, 채용되지 않을 확률이 커지게 됩니다. 일진이었던 학생이 고등학교 때의 삶의 방식을 어른들의 사회에서 적용을 함으로써 끊임없이 해고 당하고 채용의 기회가 줄어든다면 본인의 살아왔던 방식이 이 사회에 맞지 않음을 점점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거기에 맞게 끔 점점 변화하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일진이었던 몇몇 동창들이 현재는 옛날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온순한 직장인으로 바뀐 모습을 볼 때마다 신기하다고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그들 모두 변화를 한 건 아닙니다. 아예 적응을 못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폭력적인 본인의 기존의 모습을 버리지 못하는 경우, 일반적인 사회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암흑의 세계로 진출한 사람들도 가끔 있었습니다. 

 

 이처럼 사회에서 사람들과 살아갈 때 서로 피드백을 주고 받으면서 사회에 적응을 하게 됩니다. 그 사회에서 요구하는 피드백을 받고도 달라지는 게 없다면 그 사회에서는 함께할 수는 없을 겁니다. 보통 성인의 사회에서는 조금 더 높은 도덕적 태도가 요구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선택을 해야만 합니다. 피드백하니까 제가 직장에서 겪었던 일화가 생각나네요.

 

 저는 어린이 테마파크에서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테마 파크인지라 많은 근무자들이 있었는데요. 아무래도 20대인 사람들이 많은 곳이라 이성 간의 뭔가 모를 감정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 색이 유난히 짙은 어떤 남자 분이 인상 깊게 기억에 남네요. 모든 여자 동료들에게 맛있는 것을 사주고, 대화를 할 때마다 스킨십도 하고, 여자들에게 술자리를 제안하는 그런 부류의 사람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남자로써 그렇게 살아온 것이 자연스러우니까 행동을 처음에 그렇게 한 것이겠죠. 안타깝게도 여자 동료들 중에서 그 사람을 선택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테마 파크 특성상 소문이 정말 빠르게 퍼지는데, 일은 나름 잘했어도 이 사람은 모든 여자들에게 치근덕거린다라는 소문이 퍼졌고 이미지가 정말 좋지 않은 방향으로 낙인 찍혀버렸습니다. 그걸 눈치채고 피드백을 받은 이 사람은 본인이 했던 행동을 더이상 하지 않았지만 소문이 워낙 좋지 않아서 적응을 하지 못하고 퇴사를 했습니다. 

 

 이 남자의 경우는 피드백을 받아서 태도를 그 사회에 맞게 변화하려는 케이스라고 볼 수 있는데요. 반복적인 행동으로 사람들이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다'라고 낙인을 찍어서 안타깝게 적응은 못했지만 다른 직장에서는 이 직장에서 했던 행동들을 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잘 바뀌지 않으니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경험들이 분명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성의 예시를 들었으니 반대로 똑같은 행동을 한 여성의 예시도 들어보겠습니다. 그러나 여성은 약간 특이성을 갖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여성은 피드백을 잘 받지 못하는 처지에 놓여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어떤 여성이 있다고 가정을 해봅시다. 위의 남자처럼 이 여성도 똑같이 모든 남자 동료들한테 애교 부리고 스킨십도 잘하는, 남자 동료들하고 같이 잘 노는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의 남자와 똑같이 행동을 하게 되면 위 남성과 반대로, 여성은 어딜 가나 환영을 받습니다. 남자의 생물학적 특성상 여성을 원하게 되는데 여성이 이렇게 먼저 다가와주니까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겁니다. 그리고 여성의 이미지는 위 남자와는 상반되게 안 좋은 쪽이 아니라 예를 들면, 술 좋아할 거 같다, 남자 많이 만나봤을 것 같다, 담배 필 거 같다 등의 나쁘지 않은 수식어를 들을 수 있습니다. 물론 여자 동료들에게는 좋지 않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앞에서는 티를 내지 않으니까 이 여성이 받을 수 있는 행동의 피드백은 남자들과는 달리 제로에 가깝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이렇게 어딜가나 환영 받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들에 문제를 삼지 않을 것이고 틀린 것도 절대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자연스럽게, 그게 맞다고 살아갈 겁니다. 그러면 이 여성이 또 하나의 사회인 남자친구를 사귄다면 어떻게 될까요? 

 

 여성이 저렇게 살아왔다고 해도 이런 행동을 반기는 남자친구는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남자는 그러한 행동들을 하게 되면 오해를 낳을 수 있고, 본인도 모르게 감정이 피어오를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저런 행동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한다고 해도 남자친구와 본인의 사람들에게만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 것 같고요. 남자친구가 이 여성의 그러한 행동들이 너무 과하고 반복이 돼서 상처를 받는다고 가정을 해봅시다. 관계유지를 하고 싶다면 이 여성은 자신이 살아온 방식과 별개로 조금씩 변화를 줘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한 행동들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관계를 꾸역꾸역 이어오다가, 본인이 생각했던 자신의 원래 모습과 성향들을 잃어가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면 같이 지내기에는 어려움이 있겠죠. 그래도 그 남자친구와 겪은 경험과 피드백을 통해서 깨닫는 부분도 분명히 있을 것이고, 다음이 될 남자친구들과도 이전과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모 프로그램에서 한 출연자가 한 말이 참 와닿네요. 잘잘못을 따지기 급해서 타협점을 찾기보다 쏘아대는 옛날의 모습을 버리지 못한 건 정작 저였고, 하나 뿐인 사람에게 참 못되게 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사람에게 전하고 싶네요. 

그동안 상처 줘서 미안했다고, 서운함에 나온 감정적인 말들은 절대 진심은 아니었다고, 만난 거 후회하지 않는다고, 덕분에 많이 행복했었다고, 잘 지내라고, 그렇지만 다시는 마주치지는 말자.

 이런 경험을 통해 저도 조금씩 변함으로써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이렇게 사람들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써 본인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조금씩 변형시키면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의 있는 그대로를 다 수용할 수 있는 사회에서 생활을 하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자라온 환경이 달라 그렇지 못한 부분에서 사람들은 조금씩 그곳에 맞게 적응을 하고 타협하면서 살아가야 합니다. "나는 원래 이래왔어" 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과한 집착을 하게 되면 사회에 융화되지 못하고 이기적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경계할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는, 나만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만을 추구해야 하기보다는 다름과 과오를 인정하고, 타협, 협동하면서 살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온전히 있는 그대로만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에는 부분적으로만 동의하는 바입니다.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이요.


 앞으로의 제 소망은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의견을 공유하며 제 모습을 더 좋은 모습으로 바꿔 나가서 그 자체가 '있는 모습 그대로'인 삶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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